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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시작과 단절의 시작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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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생각 2009/04/01 23:15

기록

어릴 때부터 뭔가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런 성향은 PC를 사용하면서 더 강화됐고, 지금 iPod Touch를 사용하면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방금 인생에서 가장 힘들게 이별한 이성과의 기록을 발견했다. 2002년 7월 20일에 작성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렇게 기록이 남아있는 걸 보면 “가장 힘들게” 같은 표현을 쓸 만큼의 아픔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기록이란 건 문자를 주고 받은 것을 한글 문서로 작성해 둔 것인데, 그 당시에는 문자를 저장해주는 서비스[각주:1]가 없었기 때문에 일일이 한글로 입력했다.

저장하기 시작한 동기는 나중에 그녀와 몇 백일이 지나거나 결혼을 하게 되면 추억 삼아 함께 볼까해서 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기록은 약 1년간의 연애 기간에 작성된 것이고, 무려 122쪽의 분량이다. 물론 온전히 문자를 주고 받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일기처럼 따로 작성해 놓은 것을 문자 기록 중간 중간에 삽입했다.

기록하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일주일짜리 야외 훈련[각주:2] 기간의 일이다. 훈련 기간엔 PC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문자를 나눈 것을 노트에 적어두었다. 훈련에서 복귀해서 한글로 옮겼는데, 작성하는 동안 부하들이 요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곤 해서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썼기 때문에 자부심마저 느꼈다.

쨌든 그녀는 나이에 비해 조숙한 편[각주:3]이었는데, 내가 지금에야 깨달은 것들을 그 당시의 문자 대화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다. 지금 문자를 살펴보며 그 때의 추억을 곱씹기도 하고 그녀의 성숙한 말들을 철 없이 흘려 보낸 것을 반성하게 됐다.
  1. 지금 SKT를 사용하고 있는데, 문자 매니저라는 부가 서비스를 가입하면 발신•수신 된 문자를 각 각 5,000건까지 저장해 주고, 필요하면 엑셀 등의 파일로 저장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2.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육군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했었다. [본문으로]
  3. 2002년이면 벌써 7년 전인데, 그 당시에 그녀는 22살이었다. 내가 철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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